지난 2일(월) 이건희 삼성회장 명예철학박사 학위 수여식에서 학생들의 시위가 벌어져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삼성측은 본교 백주년 기념관 삼성관을 짓는 데 약 400억원을 기부한 바 있다. 본교는 이 회장 이하 삼성그룹이 사회공동체의 실현에 앞장서고 신경영을 전개한 공로를 인정해, 이 회장에게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수여하기로 했다. 그러나 소식을 접한 학생들은 학위 수여의 정당성을 놓고 이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문과대 학생회(회장=이유미·문과대 독문02)와 ‘다함께’ 고대모임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60여명의 학생들은 당일 오후 3시 30분께부터 ‘철학박사 웬말이냐 학교당국 규탄한다’, ‘이윤보다 사람이다 학위수여 철회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진행했다. 학생들은 ‘노동조합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의 인권을 탄압하고, 사람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이용해 온 이 회장의 경영철학은 인간보다는 오직 돈’이라며 이 회장의 박사 학위 수여를 반대했다. 일부 학생들은 시위 도중 감정이 격해져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 회장은 시위가 한창 진행 중이던 오후 5시 15분경 인촌기념관에 도착했으나 시위를 하던 학생들에 둘러싸여 입장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회장이 옆문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교직원과 시위 학생들 사이에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결국 오후 5시에 인촌기념관 강당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학위 수여식은 1시간가량 지연된 후 약식으로 3층 재단 이사장실에서 진행됐다. 이 회장은 수여식 후 인촌기념관 뒷문을 통해 식장을 빠져나갔으며, 이 회장이 본교 백주년기념관에서 주재하기로 했던 만찬은 부인 홍라희씨가 대신 주재했다. 

이유미 문과대 학생회장은 시위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게 일자 “언론이 문제의 원인은 보여주지 않고 자극적인 장면만을 앞세워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며 “전후 맥락에 대한 설명 없이 선정적 보도를 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라고 유감을 표했다.

이에 대해 임수빈(문과대 국문04)씨는 “학생회 시위의 뜻과 그 본래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며 “그러나 학생의 대표격인 학생회가 문과대 학생 전체의 동의 없이 시위를 진행했다는 것이 안타깝고 시위 방식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어윤대 총장은 이 회장 측에 사과문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현재 안문석 부총장 이하 처장단 10명이 사퇴서를 낸 상태이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